Freakonomics

번역본은 안 읽어 보았지만, 한국에 괴짜경제학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책.
베스트셀러였던 만큼 많은 사람이 읽어보았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순전히 이 책을 영어공부하기 위한 목적으로 샀다.
베스트셀러인 경제 관련 책은 당연히 가벼운 내용일 것이고, 그 책을 통해 쉽게 영어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근데 생각보다 그렇진 않았다.
심각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영어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ㅡㅡ(처음 보는 원서인지라 거의 2달동안 읽었다.)

어쨋든 이 책의 논의들이 놀라운 학문적 성취는 아닐지라도, 매우 흥미로운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고, 저자의 '센스'가 돋보인다는 점에서 여러사람에게 추천하고픈 책이다.
이 책(revised edition)은 총 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 챕터들의 줄거리는 어찌보면 비슷하다.
경제학의 통계학적 분석을 통해, 통념과는 매우 다른, 사회의 진실들을 알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글의 논리가 치밀하기 때문에, 통념과 다르더라도 끝까지 설득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재미있었던 예를 들어보자면

1.미국의 범죄율이 줄어든 이유는, 70년대의 낙태 허용정책 때문이다. 범죄율 하락의 원인에 대한 다른 주장을, 자료를 통해 반박해 나가는 부분도 재미있다.

2. 스모선수들의 전적을 분석하여, 편볍(져주기)이 있었는지 분석한 부분

3. 아이 양육에서 어떤 요소가, 성장한 아이의 미래(성적, 수입 등의 객관화 할 수 있는 요소에 한정)에 영향을 끼쳤는지 분석한 부분 - 우리의 통념과는 다른 놀라운 결과를 볼 수 있다. 이 책의 백미는 이 부분이라고 생각함. 
EX) 책 읽어주기, 매질, 영아 시절 아이와 같이 지냈는지의 여부 등은, 아이의 '미래'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인상 깊었던 부분의 내용만 소개해보았다.

중요한 점은 단지 어느 두 요소가 관련이 있다/없다는 점을, 통계적 방법으로 찾아냈다는 점이 아니다.
두 사건이 연결되어 있을 경우 어떤 것이 원인이고 어떤것이 결과인지, 아니면 단지 동시에 일어난 사건일 뿐인지 규명하는 것이 학문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레빗 교수도 이 점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으며, 여러 방법을 통해 인과 관계를 밝혀냄으로서 단지 흥미거리로 격하될 수 있는 책의 내용을, 쉽지만 훌륭한 학술서적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것이다.

난 이러한 학문적 엄밀함을 실생활 속에서 자유자재로 적용시키는 책들이 좋다.(그래서 수학보단 통계학, 경제학이 흥미가 있는 것 같다.)
논리가 통념을 이기는 기분좋은 느낌을 느껴보고 싶다면 꼭 이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by 사슴코양이 | 2008/03/14 01:04 | 재밌는 책 | 트랙백 | 덧글(0)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 -우석훈, 박권일

요즘들어 정치인들과 기업인들, 언론사들의 입에 습관처럼 붙어버린 단어가 샌드위치다. 마치 온 국민이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버린 것처럼 주눅들어 있는게 요즘 분위기다. 그래서 땅을 파서 강을 만들든 뭘 하든 샌드위치 신세만 면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하도 정신이 없어서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나도 샌드위치 위기론에 사로 잡힌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샌드위치 위기론이 허구라고 하니 뭔가 불안감을 덜 수 있을 것 같아서. 열심히 읽었더니 이 책은 샌드위치 위기론에 대한 책은 아니었다. 샌드위치에 대한 말은 처음에 진짜 잠깐 나오고 만다.

이 책의 부제는 <조직론으로 본 한국 기업의 본질적 위기와 그 해법>이다. 읽고 보니 부제가 진짜 제목이었다. 그러나 내용이 꽤 괜찮은 책이니, 제목에 낚여서 책을 읽었어도 손해본 것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조직론이란 간단히 말하면, 기업과 같은 조직의 생산효율이 어떤 변수들의 영향을 받는지 연구하는 경제학의 새로운 분야랜다. (나야 경제학에 대해 아는게 별로 없으니 뭐든지 다 새롭지만) 조직이 효율적으로 돌아가려면 어때야 하는지 연구한다는 것이 어려울 것 같기는 하다. 그것을 학자들이 알고 있었으면, 세상에 실패하는 기업은 하나도 없었을테니 말이다.

구체적인 내용이 많지만 기억에 남는 내용만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잘 나가는 조직(이것의 정의가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어쨋든)은 정보의 흐름이 효율적이다.
당연한 얘기다. 누군가 오랫동안 일을 하면서 쌓아놓은 지식이 있으면, 그 지식이 전달이 잘 되야 조직의 내공이 쌓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보직의 전임자가 죽어서, 후임자가 아무것도 전수받지 못한채 보직을 받으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이 책에서 정보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써놨는데, 내 경험에도 조직에서 정보흐름은 무척 중요한 것 같다. 어쨋든 우리나라 기업의 근본적 위기는 샌드위치가 아니라, 내부 정보흐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그렇댄다. 나는 회사에 다녀보지 않아서 실질적인 건 잘 모르겠는데, 이명박이 대운하에 관한 제대로 된 정보를 모르는 것을 보면 그럴 것 같기도 하다. 정보에 문제는 이렇게 간단히 설명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자세한 건 다 기억할 수가 없어서 이것만 쓴다. 그리고 개인에게 정보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은데 나중에 글을 한번 써봐야겠다.

2. 숙련도와 창의성은 반비례하는 성향이 있는데, 이 둘을 적절히 조화시켜야 한다.
누군가 오래 일하게 되면 숙련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고, 반대로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창의성이 높아진다. 이것도 간단히 설명할 수 없지만 대충 그런 관계가 성립한다는 거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숙련도와 창의성 둘다 놓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IMF체제 이후 이공계인들의 비정규직화, 조기퇴직 일반화를 보면 숙련도가 높아지기 어려운 체제라는 것을 알 수 있고, 제아무리 열심히 해도 정말 20대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면 창의성도 우리나라에선 쓰레기 같은 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3. 조직내의 협동과 경쟁이 적절히 조화되야 한다.
몇년 전부터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 열풍이 불고 있다. 왜냐하면 1등이 아니면 모두 패배자라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경쟁이 극심하면 인간은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것 같지만, 인간이란 그렇게 단순한존재가 아니라서, 경쟁이 극심히면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어떤 조직이든 조직 내부의 경쟁은 억제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구조적으로든 분위기상으로든 경쟁을 안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책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은 아니고, 그냥 개인적으로 생각나는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여기서는 경영학 책에 나오는 내용인 것처럼 적어놓았는데,(경영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실제 보면 이론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 경제학자의 저작답다. 대운하에 대한 우석훈씨의 글도 읽어보았는데(역시 좋은 글이다), 그의 글 쓰는 태도가 원래 이런 것 같다.

여기까지 쓰고, 제목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니 의미가 있는 제목인 것 같다. 위에서 말한 우리나라 조직의 문제점이 어떻게 보면 근원을 알 수 없는, 이데올로기적 구호에 의해 뒷받침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말들이 떠오른다.

무한 경쟁시대 - 어릴 때 경쟁이란 게 뭔지도 모를 때부터 이 말은 알고 있었다.
21C형 인재, 1명의 천재가 만명을 먹여살린다 - 누구나 어릴 땐 21C형 인재, 만명을 먹여살리는 천재가 되고 싶은데 사회에 나가보면 다 꿈같은 얘기다

제목에서 나타내고자 한 것은, 이러한 정치적 구호에 선동되지 말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라는 주장을 나타낸 것 같다. 국민들이 불안에 떨며 정치적 구호에 놀아나던 때가 다름아닌 2차 대전때 독일이나 일본이다. 지금 우리나라도 뇌없는 국민들이 정치가들에게 놀아나는 것을 보면 그때나 다를게 없다. 우리가 위기인 이유는, 우리가 왜 위기인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토론하고, 지식인의 말을 존중할 때가 와야 막장국가화를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by 사슴코양이 | 2008/01/21 02:42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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